아이들을 “위험한 놀이터”

월스트리트저널 리포트

아이들을 “위험한 놀이터” 에서 놀게 하라

By SUMATHI REDDY


Bob Ross of Playspace Designs

아이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고 있다면 재미없는 미끄럼틀을에서 조금이라도 더 흥미진진하게 놀려고 그럴 가능성이 높다. 9~10살 이상인 아이들은 그네나 미끄럼틀, 정글짐에 싫증을 내기 십상이다.

아동발달전문가와 일부 부모들은 부상과 소송에 대한 우려, 극성부모들 때문에 놀이터가 안전하기만 하고 재미없는 획일적인 장소가 되버렸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아이들이 밖에서 놀지 않게 되면서 신체 및 정서발달이 저해될뿐 아니라 아동비만을 부추기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을 경우 불안 및 공포장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노르웨이 학계 연구에서는 나무를 기어오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고소공포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화된 활동과 컴퓨터게임이 주를 이루는 오늘날, 아동이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은 신체•인지적 역량과 창의성, 자아존중감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템플대학교의 케슬린 파섹 교수는 “우리는 아동이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신체적 능력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자유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동을 너무 보호할 경우 건전한 수준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동의 신체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더 위험하다는 느낌을 주는 놀이터와 놀이기구를 설계하는 제조사가 늘어나고 있다. 놀이터에 설치된 짚라인은 지상에서 얼마 안 떨어져 있더라도 아슬아슬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며, 특별히 디자인한 기어오르기용 그물은 아동이 부상위험 없이 상당한 높이까지 기어오를 수 있다. 자연을 한껏 살린 놀이기구도 증가세다. 기어오르기용 나무와 균형잡기용 통나무, 언덕의 자연적인 곡선을 모방한 미끄럼틀은 실제로는 더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위험한 느낌을 주며 아동의 도전욕구를 자극한다.

전문가들은 독일과 영국, 노르웨이 등 국가에서는 아슬아슬함을 강조한 놀이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한다. 안전을 매우 강조했었던 미국놀이터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ASTM인터내셔널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안전지침 등 엄격한 안전규정이 놀이터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11월 애틀란타에서는 시영(市營) 놀이공원인 차스테인 파크를 개발하기 위한 250만 달러 규모의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차스테인 파크에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올라탈 수 있는 그네와 매달리기 밧줄, 미끄럼틀이 달린 나무꼭대기집이 설치될 예정이다. 여러 아이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너비 2.4m짜리 미끄럼틀 등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놀이기구도 구비된다.


지난 3월 유타의 시영 놀이공원인 넵튠파크에는 높이가 9미터에 달하는 그물피라미드가 설치됐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서로 경쟁을 하며 한꺼번에 기어올라갈 수 있는 놀이기구다.

시설관리자인 마크 에드워즈는 독일기업이 만든 그물피라미드가 아슬아슬해 보이면서도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물이 수평으로 촘촘히 짜여있기 때문에 떨어지는 높이가 제한돼 있다. “아이들이 마스터할 때까지 흥미를 갖고 계속 시도하려 하는 놀이기구를 추구했다.” 몇몇 부모가 높이에 우려감을 표시했으며 팔이 부러지는 사고가 1회 이상 발생하기는 했으나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테네시에 위치한 놀이공원 우드랜드 디스커버리는 2010년에 신형 그네 2종을 도입했다. 바구니그네는 여러 명이 바구니에 올라탈 수 있기 때문에 그네를 타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으며, 서로 연결된 그네 3개로 구성된 여왕그네는 한 그네의 움직임이 다른 그네에 영향을 주면서 예측불가능한 재미를 선사한다. 둘다 독일제조사 제품이다.

테네시 주정부가 놀이터에 연방 안전지침을 강제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형 그네를 들여놓을 수 있었다고 전한 로라 아담스 부장은 “유럽안전규정에 따라 제작된 그네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아동의 능력을 시험하는 야외놀이가 아동발달에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최근 소아의학 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엄격한 안전규정이 아동의 놀이활동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한다.

보스턴의 시영 놀이공원 에스플러네이드 플레이스페이스에서는 아동의 상체근력과 체력증진을 위한 놀이기구를 찾아볼 수 있다. 인조암벽과 20m 높이 짚라인, 6m 높이 그물 등이 설치돼있다.

지난해 에스플러네이드 개장을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한 단체 FEP의 크리스토퍼 에건 이사는 “3~4학년 아동의 대다수가 체력검사에서 탈락하는 현실에서 아동비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공원이다”고 설명했다.

위험은 아동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 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서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아동이 위험한 놀이를 통해 위험을 감수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위험한 놀이가 오히려 더 안전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 아동 68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장기연구에서는 자유놀이 시간을 많이 가진 아동이 청소년기에 가족 및 공동체활동, 스포츠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20대에도 정직처분이나 체포당하는 비율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1998년 예방의학 학회지에 실렸다.

위험한 놀이는 높은 곳과 같이 아동이 두려워하는 자극에 아동을 노출시킨다. 퀸모드대학의 엘렌 샌드세터 교수는 “아동이 위험한 놀이를 통해 대처기술을 개발하게 되면서 이러한 상황이나 자극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위험한 놀이를 못하게 할 경우 신경 및 공포장애 발병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필요한 만큼만 안전을 추구해야지 지나치게 안전을 추구할 경우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한 샌드세터 교수는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것을 심각한 부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넵튠파크의 9m높이 그물피라미드에서 아동을 구조해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시설관리자 마크 에드워즈는 전했다. 구조까지 갈뻔한 사례가 한 번 있었지만 대상이 성인이었다고 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기자가 올라갔다가 못 내려와서 발을 어디에 디뎌야 할지 하나하나 지시해야 했다.” 기자가 높은 곳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법을 어린 시절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아동의 신체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놀이터와 놀이기구